‌NON COUPLE


‌W‌.  잡 초 씨 ( @ _ g o k e 0 5 1 5 )

‌켄 마 의  생 일 파 티



    켄마의 생일이 다가온다. 우연히 달력을 찾던 쿠로오에 의해 알려진 사실이었다.


    “켄마, 생일같은데에 별로 크게 관심 없으니까-이번에도 그냥 지나칠 뻔 했네”


    켄마를 심부름 보낸 지금, 네코마는 긴급회의가 시작되었다.


    “그래서 깜짝 파티를 해볼까 하는데”
    “어린애도 아니고..”
    “요즘 켄마가 많이 변하고 있으니까, 축하파티 겸 하지뭐-”


    확실히 켄마는 예전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에 요즘부원들이 켄마를 신경 써 주고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배구를 즐기는 것 같은 켄마의 모습에 흐뭇한 마음이 생겨서 였다.


    “계획은? 생각해 둔거라도 있어?”
    “음, 몰래카메라?”
    “언제 적 얘기냐!”
    “그보다 선물은 뭘로 준비하지?”
    “켄마상이 뭘 받으면 좋아할까요?”


    으으음---


    “뭐어, 계획은 내가 생각해 볼 테니까, 각자 선물부터 생각해보는걸로 하자.”
    “아아-”



‌                                                                                                                                  *          *          *



    요즘 부원들이 이상하다..


    “켄마, 갖고 싶은거 없어?”
    “아니, 딱히..”
    “켄마, 뭐 먹고싶은건?”
    “별로..”
    “켄마-”
    “다들 시끄러워..”


    여기저기서 말 걸고, 자꾸 이상한 것 만 물어보고..그냥 게임하고 싶은데 자꾸 귀찮게 군다.
    게임을 할 수가 없어.. 레벨업이..


    “몰라, 연습 끝났으니까. 더 이상 말 걸지마.”


    결국 쿠로에게 짜증을 내 버렸다.
    쿠로의 잘못이 아닌 건 알지만, 이정도면 참을대로 참았다고 생각한다. 휴식시간마저 방해를 받는건 용납할 수 없다. 충분히 다른 멤버들의 질문 세례로 빼앗길 대로 뺏겼기도 하고, 더 이상 질문 받고 싶지 않았다. 다들 도대체 갑자기 왜 저러는 건지 모르겠지만, 빨리 제풀에 지쳐 더 이상 안 물어봤으면 좋겠다.

    얼굴을 찌푸리고 쿠로를 지나 앞장서 걸으며 마저 손에 들고 있던 게임을 스타트했다.
    아무리 빨리 걸으려 해도 쿠로는 금방 따라와서 내 옆에서 나란히 걸었다.
    그런 쿠로를 무시하고 게임에 집중하려는데 다시 쿠로가 말을 걸었다.


    “그리고 보니 그 게임 얼마 전에 2탄 나왔더라.”
    “응, 살거야 조만간.”
    “얼마 전에 PSP게임 산걸로 돈 다 썼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니까, 조만간..용돈 생기면.”
    “흐음-”


    쿠로가 수상쩍게 히죽히죽 웃었다.


    “기분 나빠, 쿠로.”


    다시 쿠로를 무시하고 GAME OVER가 떠있는 게임을 리셋 해 다시 플레이를 시작했다.

    뿅뿅뿅-

    게임 안에서 용사는 괴물을 무찌르고 드롭되는 상자로 다가갔다.
    언제나 이 순간이 즐겁다, 뭐가 나올지 모르는 미스테리의 보물 상자.
    좋은 것이 나오더라도 기분이 좋지만 좋지 않은게 나와도 상관없다. 내용물은 중요하지 않아, 이 상자를 마주하는 그 순간이 좋은 것이다.


    “헤에- 켄마 즐거워 보이네.”
    “응, 그러니까 방해 하지 마.”
 


    상자를 열었다. 내가 이미 갖고 있는 용사의 검이 나왔다.
    그래도 나는 웃었다. 다시 플레이해서 또 열면 되는걸.

    다음날, 조금 짜증을 냈더니 부원들이 눈치를 보며 질문들을 멈추었다.
    도망치려고 휴식시간에 밖의 돌계단에 앉았다.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무의식적으로 다리를 끌어안고 몸을 움츠리고 앉아 게임을 했다. 이제 겨울이 다가오기는 하려는지 슬슬 추워지기 시작했다.


    “켄마상, 다시 연습시작한대요-”


    시바야마가 불렀다.


    “아,응”


    옷을 여미고 체육관 안으로 들어섰다.


    “켄마, 자꾸 눈을 비비네”
    “아..요즘 눈이 조금..”
    “역시 어제 늦게 잔거냐, 켄마!”
    “윽.”



    질린 표정을 지으며 뒷걸음질 치는 모습을 보며 카이노부상이 웃었다.


    “자, 시작 한다-”
    “에에-”
    “의욕을 가져라, 켄마!”


    어디선가 나타난 야마모토가 내 등을 세게 내리쳤다. 아프다고 말하며 손을 뻗어 맞은 곳을 문질렀다.
    연습이 끝나고 난 뒤에 나는 또 당하겠구나, 라고 생각했지만 이번엔 그렇게 다들 붙잡지 않았다. 원래대로 돌아간 것 같았다. 한명만 빼고.  


    “켄마상! 역시 오늘은 말해주세요! 갖고 싶은거 라던가-!”
    “시끄러워, 리에프..”


    저 민폐 녀석, 하이바 리에프는 여전히 따라다녔다.


    “그리고 보니, 켄마상은 머리가 길면 불편하지 않아요? 얼굴에 머리카락이 달라붙기도 하고.”
    “괜찮아, 익숙하니까. 자르긴 싫어.”


    괜히 자르란 말을 꺼낼 까봐 미리 답을 선수 쳐서 이야기했다. 말하더라도 안 들을 거지만.
    옛날부터 머리가 짧으면 역시 불안하고. 자르기도 귀찮다.
    옷을 갈아입으며 무릎 보호대를 정리해 캐비닛에 넣었다. 그리고 보니 이것도 예전부터 쓰던 거라 꽤나 낡았다. 돌아가는 길에 둘러보기라도 할까.


    “켄마, 자, 이거 돌아가는 길에.”
    “아.”


    야쿠상이 종종 갖고 다니던 과자, 꽤나 맛있어서 나름 맘에 든 과자였다.

    “잘먹을게요..”

    돌아가는 길, 쿠로가 할 일이 남아 함께 갈 수 없다고 했기에 예정대로 혼자 무릎보호대를 사려고 둘러볼까 했지만..


    “아..”


    처음엔 몰랐는데 어디선가 지긋하게 보는 시선에 평소에 관심 없던 나조차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조금 뒤에서 걸으며 왠지 후쿠나가가 따라오는 바람에 왠지 껄끄러워 졌다.
    아무 말도 안하고 조용히 게임하는 모습만을 지켜보는 시선에 움츠려져서 머리카락을 내려 시선을 가리고 다시 게임에 몰두했다.


    “애플파이..”


    조용히 읇조리더니 어느새 휙 가버렸다. 왜 저러는 거지..
    하여튼 요 며칠 동안 다들 이상하다.


    “아, 쇼요.”


오랜만에 쇼요로부터 문자가 왔다.


    [켄마, 생일 축하해-(팡파레) 우연히 들었는데 내일 생일이라며! 케익은..]

    “아,”


    뭔가 달랐던 이유, 알았다. 그리고 보니 생일이었구나. 그래서 다들 그렇게 물어본 거구나.


    “신경 쓸 필요..없는데.”


    이유를 알았으니, 왠지 편해졌다. 조금만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오겠네.



‌‌                                                                                                                                  *          *          *



    그리고, 당일. 켄마는 지금까지 못지않게 귀찮은 일이 생긴 것 같았다.


    “그러니까..”


    싱글 싱글 싱글-

    켄마가 부실에 들어가자마자 수상한 표정의 멤버들이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나름대로 예쁘게 꾸며진 커다란 봉투를 벤치위에 둔 채로.


    “이건..”
    “우리의 생일선물이지.”


    내용물을 알 수 없도록 꽁꽁 감싸놓은 커다란 봉투. 손을 넣을 수 있도록 입구부분만 열려있었다.



    “자아-자, 하나씩 꺼내봐. 누가 준거인지 맞춰 봐도 돼”



    켄마를 선물 꾸러미가 있는 곳으로 이끌고 쿠로오가 싱글싱글 웃으면서 손에 들고 있던 작은 종이꽃을 흔들며 허리에 손을 올렸다. 어쩐지 요즘 늦더니. 이것 때문이었구나. 라고 켄마는 태연하게 생각했다

    켄마가 모두를 보던 시선을 내려 봉투에 손을 넣었다. 이것저것 만져지는 정체모를 물건들 중 하나, 뭔가 복슬복슬한 것 을 집어 봉투에서 꺼냈다.


    “어, 이거..”
    “아. 그거 제꺼.. 얼마 전에 보니까 추워 보이셔서요.”


    작은 휴대용담요. 얼룩무늬가 그려진 귀여운 담요였다. 켄마가 조용히 눈짓으로 감사인사를 했다. 봉투에 다시 손을 넣고 곧바로 네모난 박스가 손에 부딪혔다.


    “으앗,”
    “아,”
    “조심조심-그거 후쿠나가 꺼네, 사실 제일먼저 꺼내질줄 알았지만.”
    “애플파이..”


    맛있어 보이는 애플파이였다. 켄마가 좋아하는 음식이자 게임캐릭터의 고정적인 닉네임이었다. 얼마 전에 하던 말은 이거였나보다.라고 또 켄마는 생각했다.
    지금 먹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켄마는 다시 봉투에 손을 넣었다.
    어느 것을 잡을지 고민하며 손을 휘젓다 작은 종이봉투가 손에 잡혔다.


    “아,그거 제꺼에요! 얼마전에 누나가 좋은 곳이 있다면서 가르쳐준 가게에서 샀습니다!”
    “...?”



    종이봉투를 뜯고서 켄마는 잠시 굳었다
    알록달록한 머리끈과 머리핀. 머리를 자르기 싫어하는 켄마를 보고 리에프가 떠올린 선물이었다. 하지만 본인이 그런 아이템을 살 리는 만무, 역시 누님에게 물어보아 알려준 가게에서 사온 선물이다. 리에프 생에 손에 꼽을수 있을 만큼 고심해서 산 선물이었다.


    “아아..응.”


    켄마는 꺼낸 선물을 다시 종이봉투에 넣고 옆에 내려놓았다. 동공지진이 났지만 성의를 생각해 작게 눈인사했다.
    선물봉투안의 내용물이 뭔지 모른다는 점에서 왠지 켄마는 얼마 전에 하던 게임을 떠올렸다. 보스몬스터를 잡고 드롭되던 미스테리 박스. 마치 그것 같았다. 어떤 것이 나오더라도 여는 그 순간의 기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닮았다. 얘기를 들었던 쿠로가 기획 한 것이겠지. 라고 켄마는 생각했다.


    “이건..”


    다음 켄마가 손을 넣어 꺼낸 선물은 켄마가 사려고 했던 까만 무릎보호대였다. 누군가가 켄마가 옷을 갈아입을 때 켄마와 마찬가지로 신경 써 준 것 같았다.


    “그건 제가 샀습니다, 얼마 전에 보니 많이 낡았더라고요-”


    이누오카였다. 켄마는 이누오카가 자신을 신경 쓰고 있는 줄 몰랐는지 조금 놀란 표정이었지만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름대로의 고맙단 인사였다.


    켄마는 다시 봉투에 손을넣어 꺼낼 선물을 골랐다. 꺼내는 그 모든 순간이 설레기 시작했다.


    “책..”


    퍼즐게임 책 이었다. ‘근성을 키워라!’라는 쪽지가 붙어있었다.
    안봐도 누군지 훤히 알것같았다. 켄마에게 종종 그런 말을 하는 야마모토였다.
    역시 켄마의 짐작이 맞았는지 야마모토가 켄마의 등을 두드리며 쪽지에 적힌 말과 비슷한 말을 하며 웃었다.


    “다음에..이건..?”


    그 다음으로 꺼낸 것은 한손에 들어오는 동그란 원통형 통이었다. ‘눈에 좋은 영양제‘라고 쓰여 있었다.
 


    “켄마는 이것저것 신경 쓸 데가 많으니까. 금방 눈이 피로해질 거라고 생각해서 샀어. 지금이라도 관리해줘야지-”


    아빠 같은 웃음을 지으며 카이노부가 웃었다. 멤버들이 세심한 곳 까지 신경써주고 있구나. 라고 켄마는 새삼 깨달았다.
    켄마는 다시 봉투에 손을 넣어 다음 선물을 꺼냈다. 이건 익숙한 것 이었다. 야쿠가 늘 챙겨주던 과자였다. 다양한 종류가 담기긴 했지만.


    “켄마가 그걸 잘 먹길래. 다른 것 들도 먹어봐!”
    “아..”


    켄마가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웃었다. 켄마의 웃음을 본 야쿠가 다시금 감격했다. 켄마의 감정표현이 다양해진 것에 대한 감격이었다. 켄마는 조금 부끄러워져서 어서 다시 봉투에 손을 넣었다.


    “!”


    켄마가 사려고 하고있던 게임, 쿠로 다.


    “갖고 싶어 했지?”
    “뭐야, 그걸 갖고 싶어 한거야? 역시 알고 있었잖아, 쿠로오!”
    “아-그렇지만 생일선물이 겹치면 안 되니까, 말 안하고 있었지.”


    버럭 화를내는 다른 부원들의 반응에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이며 쿠로가 웃었다.
    야쿠가 쿠로오를 붙잡고 짤짤짤 흔들었다.


    “마지막..이건..?”


    홀쭉해진 봉투에 담긴 마지막 선물. 작은 얼룩고양이 그림이 그려진 휴대폰고리였다.


    “아, 그건 카라스노의 치비가 준거. 리에프가 뭘 좋아할지 고민하며 물어보는 바람에 알았던 것 같더라고 덕분에 생일파티를 들킬뻔하는 것 아닌가 했는데 계획을 알려주고 선물은 이쪽으로 보내달라고 했지. 뭐, 문자만은 막지 못한 것 같았지만.”


    어깨를 으쓱이고 리에프를 바라본 쿠로의 눈초리에 리에프가 흠칫하며 시선을 피했다.


    “다들..고마워.”


    켄마가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리듯이 말했다. 물론 그동안 켄마와 함께했던 부원들이 그 말을 듣지 못할 리 없었다. 다들 기쁘게 웃으며 켄마의 생일을 축하해 주었다.


    “다음에도 같이 축하해 줄수 있었으면 좋겠네! 케익도 사왔는데, 먹을까?”

    켄마는 생크림을 묻히거나 하는 부원들의 장난에도 눈에 띄게 웃었다. 켄마의 행복한 생일 파티였다.